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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al

이상적인 시상식의 모습을 보여준 제2회 한국뮤지컬어워즈

by K.Zeff 2018. 1. 24.

2018년 1월 22일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렸던 제2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지방러라 갈 수 없어 컴퓨터 앞 1열을 차지하고 7시가 되기만을 기다렸다.



수상자 / 수상작 목록


△대상=벤허 


△작품상=서편제 


△소극장 뮤지컬상=어쩌면 해피엔딩 


△남우주연상=홍광호(시라노) 


△여우주연상=전미도(어쩌면 해피엔딩) 


△공로상=강대진 


△올해의 스태프상=김문정 음악감독 


△프로듀서상=한경숙(어쩌면 해피엔딩) 


△연출상=김동연(어쩌면 해피엔딩) 


△남우조연상=이정열(서편제) 


△여우조연상=신영숙(팬텀) 


△극본/작사상=박천휴, 윌 애런슨(어쩌면 해피엔딩) 


△작곡상=윌 애런슨(어쩌면 해피엔딩) 


△무대예술상=서숙진 벤허(무대디자인) 


△안무상=차진엽(신과 함께 저승편) 


△앙상블상=벤허 


△남자신인상=손유동(찌질의 역사, 팬레터, 여신님이 보고계셔, 총각네 야채가게)


△여자신인상=이소연(서편제,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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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미네이트 되어있던 대부분의 극들을 못봤기 때문인지 수상에는 큰 관심이 생기지 않았다. 

다만 노미네이트 된 작품의 수가 다양하지 못한 건 좀 아쉬웠달까?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시상식의 모습은 3가지였다.


자유로우면서도 질서정연한, 배려있는 시상식의 분위기

다른 시상식에서 흔히 보이던 "남자배우 옆에 여자배우"로 좌석배치가 되지 않았다는 게 무척 좋게 받아들여졌다. 또 수상소감도 시간에 쫓기지 않고 편안하게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게 배려해주고 있었다. 노미네이트 된 작품이 많지 않아 여러 부문에 걸쳐 후보로 이름이 올라간 작품들이 꽤 많았음에도 전부 다른 영상을 사용했고, 수상자/수상작의 이름이 호명될 때마다 지크슈, 엘리 등 다양한 작품의 넘버가 울려퍼졌다. 제2회 한국뮤지컬어워즈가 각각의 작품들을 존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말, 말, 말

사회자로 나선 이건명 배우의 멘트들도 주옥같았다. 연말 시상식을 보면 MC들의 말실수가 구설수에 오르곤 하는데, 이건명 배우의 멘트들은 어디 하나 지적할 구석이 없었다. 

특히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차지연 배우의 헤드윅과 킹키부츠 팀의 축공이 끝난 후, "헤드윅과 킹키부츠 이 두 작품의 공통점이 뭐일 것 같으세요? 남자와 여자, 그리고 정상과 비정상, 이렇게 세상을 두 가지로 나누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라 뭐 이런 편견과 선입견을 깨보는게 어떨까 라는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데, 이런 뮤지컬들이 이세상에 편견과 선입견을 부디 깨는데 작은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라는 멘트였다. 이건명 배우의 이런 젠틀한 멘트 덕분에 좀더 편안하고 배려심 넘치는 시상식의 분위기가 이끌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신영숙 배우의 수상소감도 인상깊었다. 수상소감을 뮤지컬 팬텀의 마담 칼롯타의 대사 "전부 내꺼"로 마무리 지었기 때문이다. 설마 저 대사가 나올 줄이야. 예상하지 못한 일에 대비해야한다는 마마님의 수상소감을 더쿠들도 느끼게 하는 순간이었다. 또 신영숙 배우의 이름이 호명되었을 때 그녀의 대표넘버인 황금별이 울려퍼진 것도 센스가 넘쳤다.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홍광호 배우의 수상소감은 너무 좋아서 몇번이나 돌려보는지 모르겠다. 홍광호 배우는 유난히 상복이 없는 배우 중 한명인데 약 10년 전 쯤에 인기스타상을 받은 이후, 데뷔 16년만에 한국에서 처음으로 상을 받았다고 한다. 

감사할 분들이 너무 많아 호명되지 못해도 이해해주시길 바란다며 "혹시 저 친구가 내 이름을 부르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바로 그분들이 제가 감사해야하는 분들이니까요. 그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너무 재치있는 수상소감을 남겼다. 또한, "공연을 여러번 봐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분들 덕분에 한국 뮤지컬이 계속 될 수 있고, 그분들 때문에 저같이 앙상블 출신의 무명배우도 팬텀이 되고, 지킬이 되고, 돈키호테가 되고, 또 햄릿이 되고, 이렇게 시라노로 상까지 받을 수 있는 그런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매일매일 믿습니다. 그분들께 이 상의 영광을 돌리고 싶고요. 앞으로는 고마우신 관객 여러분들께 삶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쳐드리고 힘든 삶 속에 자그마한 위로라도 될 수 있는 배우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라며 회전문을 도는 뮤지컬 팬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수상소감을 남겼다.

시상식 초반에 102개에 달하는 작품을 본 뮤지컬 팬에게 관객상을 시상한 것부터 이번 한국뮤지컬어워즈는 시상식 자체부터 배우들에 이르기까지 관객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런 시상식, 정말로 드물다.


축하공연, 그 강력함


지난 더 뮤지컬 페스티벌 때, 옥주현 배우는 팬텀의 가면을 쓰고 "그대의 음악이 없다면"을 불렀고 정영주 배우는 뮤지컬 엘리자벳에서 토드의 넘버인 "마지막 춤"을 불렀다. 수많은 여배우들이 뮤지컬 안에서의 여역(女役)의 한계를 느끼고 있고, 갈증을 느끼고 있다는 건 뮤지컬 여배우들을 애정하는 사람들이라면 다 아는 이야기이다. 차지연 배우 역시 인터뷰나 콘서트 등에서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는 배우 중 하나이다.


http://hankookilbo.com/v/f85d3679219e499da02be1e72a0ba850


그 외의 인터뷰 등에서 스위니토드나 헤드윅 등 남자 역할에 욕심이 난다는 이야기를 하던 차지연 배우는 제2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여배우도 편견에서 벗어나 헤드윅 같은 역할들을 소화해낼 수 있다는 걸 몸소 보여주었다.



분장에 감정까지 완벽하게 헤드윅이 되어 나타난 차지연 배우가 들려주는 Midnight Radio가 여배우들의 활동영역을 넓히는 그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 언젠간 여배우가 연기하는 팬텀, 스위니토드, 헤드윅을 보는 날이 오기를...!! 해외에선 이미 배우 레나홀이 헤드윅을 맡기도 했으니...!!!



강렬했던 차드윅의 공연이 끝나자마자 이어진 정성화와 킹키부츠 팀의 Land of Lola 역시 강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광화문연가의 두 월하의 온도차가 너무 엄청났다. 손을 번쩍 드는 정롤라의 겨드랑이가 너무 매끈했다. 다리도 대체 어디서 제모를 한 건지 엄청 깨끗하게 제모되어있었다. 이후 정성화 배우가 시상자로 나와 "현재 다리에 털이 없는 배우 정성화 입니다." 라는 멘트를 날렸을 때 얼마나 웃겼는지 ㅋㅋㅋㅋㅋㅋㅋ 롤라가 너무 찰떡인데다 정성화 배우가 내뿜는 아우라가 자연스러워서 역시 정성화구나...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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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적인 모습의 시상식을 보여준 한국뮤지컬어워즈 덕분에 2018년이 시작된지가 아직 1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내년이 기다려지는 듯 하다. 제3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는 얼마나 좋은 배우들과 작품들이 상을 받고, 또 얼마나 멋진 축공들이 선보이게될지 가슴이 두근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