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타래에서 언급한대로 부암동 복수자들에서 느끼는 아쉬운 점들을 정리해서 포스팅해보았습니다.
(https://twitter.com/joyuuAz/status/925723447652532225)
포스팅에 앞서, 한가지 언급하고 넘어가야할 건
제가 "부암동 복수자들"의 원작인 사자토끼 작가님의 "부암동 복수자 소셜클럽"의 팬이자
"부암동 복수자들"에서 정혜역을 맡고 있는 이요원 배우의 팬이라는 점입니다.
맨처음 복자클럽이 드라마로 리메이크 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제가 좋아하는 작품이 역동적으로 움직인다는 기대감과
가장 좋아하는 배우가 내가 바랐던 대로 캐스팅 되었다는 행복감이 겹쳤었는데요.
몇몇 원작 팬분들은 아니라고 느끼셨겠지만
전 나름대로 적절한 캐스팅에,
원작에 충실하면서 곁가지로 몇가지 설정을 납득할 수 있게 버무려서 보여주었기 때문에
드디어 제대로 된 리메이크를 보게되었다고 좋아했었습니다.
네, 이건 6화까지의 감상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6화까지도 점점 캐릭터들이 원작과 달라지고 있다는 걸 조금씩은 느껴왔는데요.
이걸 여실히 느껴버린게 바로 어제 방송했던 7화였고, 또 오늘 방송한 8화였습니다.
캐릭터들이 달라진 데에는 몇 가지 이유들이 있겠지만,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제작진들이 여론에 지나치게 민감하다"라는 점입니다.
술주정씬을 시작으로 정혜가 귀엽다며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하자
새로운 장면까지 추가하며 정혜의 귀여움'만'을 부각시키는 데 급급했죠.
매회마다 정혜가 새로운 서민음식에 눈을 떴는데요.
라면->떡볶이->찜질방과 찜질방 음식에 이어 오늘은 닭발이었죠.
다들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 정혜는 무표정을 기본을 깔고가는 캐릭터입니다.
무표정이 디폴트인 상태에서 간간히 보여주는 귀여움이 정혜의 치명적인 포인트죠.
이건 원작웹툰에서도 그랬고, 드라마 초반에서 보여주었던 이미지이기도 합니다.
또 정혜는 각 캐릭터를 대할 때마다 표정과 행동, 말투가 전부 달라지는 복잡한 캐릭터였는데요.
회차가 진행될수록 디폴트였던 무표정과 어른스러움은 지워지고
어리숙하고 귀여운, 누구에게나 헤실대는 정혜로 캐릭터가 바뀌고 있습니다.
이요원 배우의 팬으로서 이 드라마에서 이요원 배우의 귀여움을 부각시켜주는 건 기분 좋은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작품을 파괴하면서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정혜라는 캐릭터 자체가 멋있고, 안타깝고, 귀여운 캐릭터이기 때문에
드라마 초반 의도에 충실하기만 해도 이요원 배우와 정혜의 모든 매력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수겸이와 함께 있을 때, 정혜는 어리광을 부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어른스러운 점이 부각되었죠.
이 역시 원작 웹툰과 드라마 초반에 공통적으로 나타났던 점입니다.
드라마 초반에 정혜는 수겸이에게 "태어난 건 네 잘못이 아니야"라며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니까요.
하지만, 수겸x정혜라는 말도안되는 커플링이 지지받으면서
원작에선 존재하지도 않았고,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도 읭? 정혜가 굳이 왜?라는 말이 튀어나올 정도로
수겸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려고 노력하는 정혜의 모습이 보여졌죠.
자, 먼저 계모와 사생아를 커플링으로 엮는 자체가 얼마나 끔찍한 짓인지
반대의 예를 들어 생각해봅시다.
30대 중후반의 새아버지와 미성년자 사생아 딸을 커플링으로 엮을 수 있겠나요?
극중에서 정혜는 좋은 아내처럼 보이게 해서 비밀스러운 정보를 얻어내려합니다.
하지만 남편인 이병수가 없는 곳에서 뜬금없이 수겸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려하죠.
부암동 복수자들과 부암동복수자소셜클럽이 인기를 끌었던 건,
집안에 매여있던 정혜 / 남편과 죽은 아이, 그리고 딸에게 매여있던 미숙 / 엄마로서의 삶에 매여있던 도희가
각자의 복수를 위해 뭉치며 "한 사람으로서의 삶" "개인이 개인으로서 서기 위한 복수"를 찾아가는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부암동 복수자들은 오리지널 스토리를 넣으며
자꾸만 각 캐릭터들을 각자 매인 것에 더 매이게끔 만들고있어요.
이렇게 전체적 분위기를 깨는 오리지널 스토리는 차라리 넣지 않는 게 낫습니다.
물론 원작의 캐릭터와 드라마의 캐릭터는 시작부터가 조금은 달랐습니다.
수겸이는 원작의 수겸이보다 가벼워졌고, 정혜는 밝아졌고, 미숙이는 우아해졌고, 도희는 어려졌죠.
이 부분은 원작을 배제한 체 이 드라마를 원작의 스핀오프나 평행세계처럼 바라본다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드라마 하나만을 놓고 보았는데도 캐릭터의 성격이 바뀌어버린다면, 그건 문제가 있는 것이겠죠.
초반에 우아한 분위기를 내는데도 쩔쩔매던 도희는
어느샌가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명상강사를 사칭할 정도의 연기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사실 원작가님은 웹툰에서 정혜-홍도-미숙의 캐릭터성으로 극의 무게중심을 잡으셨는데요.
(부암동 복수자 소셜클럽 후기 中 http://webtoon.daum.net/webtoon/viewer/40397)
현재 드라마는 세 캐릭터와 복수 방식이 이 모든 무게중심을 흐트러뜨리고
판타지를 향해서만 달려가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전개되는 복수는 웃음만 유발할 뿐 더이상 공감이나 쾌감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합니다.
물론 모든 드라마는 판타지이죠.
하지만 드라마에서 복자클럽이 초반에 보여준 복수는 으으...!! 이렇게 해버리고 싶어!!
.....라고 살면서 한번쯤은 생각해본 그런 복수였습니다.
자신에게 갑질하는 사람을 보며 '나중에 지도 똑같이 당해봐라' 싶은 생각이 실현된 주길연에 대한 복수나
'어휴 나중에 어디 엎어져서 다쳤으면 좋겠네' '망신이나 제대로 당했으면 좋겠네'라는 생각을 실현시킨
카페 갑질 남자와 홍상만 교장에 대한 복수는 공감을 충분히 불러일으킬만 했죠.
그런데 남편들에게 했던 복수는 어떤가요?
정말 요가와 명상씬을 보며 이 드라마가 대체 무슨 길을 가려하는가....라는 생각을 끊임없이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용인 가능한 범위 외의 판타지는 몰입과 공감을 방해하니깐요.
이 드라마는 아쉽게도 12부작입니다.
그런데 반 이상을 넘어간 8화에 와서도 복수에 대한 마음이나 방식마저도 확정짓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며 사소한 복수를 이어나가는데다 그마저도 현실감이 무척 떨어지는데
그 사소한 복수마저도 결국은 발각되어 역관광 당하게되었죠.
결국 늘 긍정적이던 시청자들의 반응은
재미없다, 고구마를 먹은 느낌이다, 사이다 언제주냐, 이제 안볼란다 등의 반응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남은 4화동안 복자클럽은
서로 모여서 화합해야하고,
8화가 되도록 정하지못한 복수의 방식을 정해야하며,
자료를 모으고,
밑밥을 깔고,
복수에 성공해야합니다.
지금이야 말로.... 복자클럽이 화이팅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
용두사미로 끝나지만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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