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usical

220611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전주 지방공연 ~ 험난했던 못사 탈출기 ~

by K.Zeff 2022. 6. 14.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2021~2022 포스터

 

지금 이 순간... 지금 여기.... 간절히 바라고... 원했던..... 지킬 앤 하이드 못사 탈출!!

이번 시즌 지앤하는 캐스팅이 워낙 화려해서 서울 가서 보고싶은 마음이 매우매우 베리베리 컸지만...

아쉽게도 혐생과 코로나 때문에 갈 시간이 없어서 아쉬웠던 차에

전주에, 지앤하가 내려온다는 소식을 듣고, 티켓팅을 따냈던 것이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좌석은 딱 한 가운데, 무대와도 가까운 자리여서 고개도 안 아프고 오글 없이도 배우들 얼굴이 보이는 아주 좋은 자리를 Get 해버렸기 때문에 싱글벙글이었다.

 

 

아쉽게도 보고싶었던 홍지킬이나 긍지킬, 조엠마는 이번 지방공에 안 계셨었지만.

동지킬, 해나루시, 숮엠마로 지앤하 못사 탈출을 할 생각에 공연장 가는 며칠 전부터 싱글벙글 들뜬 마음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나는 단 한가지 간과, 아니 몰랐던 사실 때문에 피눈물을 흘리게 되고...

 

우리 집에서 공연장인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차로 불과 10분도 안 되어서 도착하는 가까운 거리였기 때문에

보통은 넉넉~하게 공연 한 시간 전에 나오면

주차도 널널하게 하고, 화장실도 가고, 굿즈도 사고, 여유롭게 모든 준비를 마친 후 객석 입성이 가능했다.

 

내가 마! 소리천사도 했고! 마! 우리 가족들 여기서 공연도 많이 했고!

 

그런데 나는 몰랐지....

트로트의 여신,,,, 송가인님 콘서트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있었다는 걸....

 

 

 

저기요...

대극장 뮤지컬이랑 초대형 인기스타의 콘서트를 같은 날에 하는 그 자신감은 뭔데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

 

와.....

 

우리 집에서 소리문화의전당까지 가는 길에는 봄에 벚꽃이 만개하는 벚꽃길이 있다.

그리고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주 동물원, 전북대병원은 가는 길이 같다.

 

그 벚꽃길부터 차가 움직이지 않았다...

맘 같아서는 차 그냥 길에 버리고 걸어가고 싶었어.....ㅠㅠㅠㅠㅠ

 

어떻게 어떻게 한 3~40분이 걸려서 좌회전을 해가지구 공연장 앞까지 갔는데...

공연장 앞 좌회전 도로까지 전부 차량이 주차되어있었고

주차요원도 안 보이고 차 주차할 곳도 없고 완전 총체적 난국이었다.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다는....말이지....

 

서울의 꽉막힌 도로를 전주에서 보게될 줄이야...!

일단 먼저, 같이 간 친구한테 티켓을 먼저 받아두라는 미션을 주고 차가 움직이기만을 기다렸는데

한 6시 55분 쯤?에 차가 한 1미터 움직였다.

 

덕분에 차를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차와 차 사이에 쑤셔박아놓고

차에서 내려서 모악당까지 달렸다.

 

으헝.....ㅠㅠㅠㅠㅠㅠㅠ

 

연지홀부터 모악당을 지나 야외공연장까지 분홍색 티셔츠를 입은 형형색색의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있었는데

죄송합니다 지나갈게요!!를 단말마처럼 외치면서 뛰어들어갔다.

 

시간은....7시 3분.

 

친구가 게이트에 맡겨둔 티켓을 찾았지만 지연입장이었다.

 

내 인생 최초의 지연입장을... 서울도 아니고 전주에서 하게될 줄이야.


220611 오후 7시 공연 캐스팅

 

1막에 넘버 한두개는 놓친 것 같긴한데 그래도 어셔분들이 빠르게 입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덕분에

극 이해에 큰 지장은 없었다.

 

솔직히 말해서 누가 내 차 뒤꽁무니 치고 갔을까봐 걱정스러운 마음에 거의 집중을 못했던 것 같기도 하고...

 

전동석 배우님이야 드라큘라도 그렇고 엘리자벳 때도 그렇고 안정적인 실력을 의심할 일이 없기 때문에 믿고 보고있었는데

뜻밖의 곳에서 난관에 부딪쳤닼ㅋㅋㅋ나..혼자....흐흑

 

엠마가 주로 분홍색 옷을 입고 나오는데 아까의 트라우마가 매우매우 컸는지 분홍색 드레스를 볼 때마다 송가인님 생각밖에 안 나는 거임.....ㅠㅠㅠㅠㅠㅠㅠㅠㅠ으헝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튼,,,

 

그래도 유명하고도 유명하고도 유명한

뮤지컬 하면 떠오르는 대표 넘버 "지금 이 순간"을 생생한 라이브로, 공연으로 보고 듣고야 말았다는

이 마음, 이 뿌듯함, 이 고양감...

넘버들 들으면서 그래도 불안한 마음이 가라앉으면서 잠도 오고 하여튼 극에 집중할 수가 있었다.

 

지앤하 관련해서 아는 거라곤 넘버 이름 몇개랑 소설로 읽어서 알고있는 스토리가 전부였던지라

지금 이 순간 부르고 1막이 끝날 줄 알았는데 꽤 지나서 끝났던 게 기억에 남는다.

솔직히 1막 지금 이 순간 전까지는

>>1막 끝나고 인터미션 때 호다닥 가서 차 멀쩡한지 보고 올까? 아냐 괜찮을거야. 화장실 가기도 바빠<<

이 두 가지 마음이 지킬박사와 하이드마냥 요동을 치고 있어서 지금 이 순간... 하고 읊조리는 순간

와! 1막 끝나나봐! 하는 생각이었는데 ㅋㅋㅋㅋㅋ 아니었다고 한다.


아무튼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그렇지만 오글로 배우님들 얼굴 면밀히 보긴 다 봄) 1막이 끝나고 인터미션 타임.

도저히 나가서 차 보고 올 시간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걍 체념하고

박았으면 망한거지 뭐....하는 마음으로 그냥 굿즈나 사야겠다 하고 봤는데...

 

굿즈가 프로그램북 오슷, 악보집이 다였고

그마저도 악보집은 품절이었다고 한다.

 

이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지방공이라고 오케 안 데려오고 MR로 공연할거면 굿즈라도 많이 가져오란 말이야ㅠㅠㅠㅠ엉어유ㅜㅠㅠㅠㅠ

서울이랑 똑같이 15만원 냈잖아.....


하여튼 프로그램북이라도 챙겨서 가방에 집어넣고 화장실 다녀왔다가 이제는 편안체념한 마음으로 객석에 앉았다.

 

전동석 배우님의 안정적인 노래야 다 예상했던(?)거였던지라 노래적인 측면에서 확 인상에 남았던 건

도리어 루시 역의 해나 배우님이었다.

 

예전에도 관극하면서 와 노래 잘한다 라고는 생각했었는데

이번에 루시는 그냥 레전드...그 자체.

발성이 너무 안정적이어서 노래를 할 때 고음 때문에 힘들다는 느낌은 한번도 받지 않았다.

 

그냥 루시가 입 열면 감탄밖에 안 한 것 같아...

 

와 노래 진짜 잘한다 와....와....와.... 이랬던ㅋㅋㅋㅋㅋ

 

발성이 안정적이고 고음에서 흔들리거나 불안함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연기에 더 몰입이 되고 표현이 더 잘 되는 느낌?

저렇게 노래를 잘 부르면 어떤 느낌일까 싶을 정도로 부러움과 대단함과 아유 그냥 미쳣슈 이건 직접 봐야돼!

 

지킬앤하이드 루시 역의 해나 배우님

 

내 마음 속 해나 배우님은 이제 믿보배로 저장 ㅎㅎ...

 

아무튼 그렇게 이 다 죽는 극에서 죽고 죽고 죽고 하다보니

2막의 대표넘버가 등장하고야 말았다.

 

Confrontation

컨프롱!

지킬과 하이드가 싸우는 넘버.

 

 

우리나라에서는 조승우 배우님 영상으로 유명한 넘버인데

지킬과 하이드 인격을 계속 왔다리 갔다리 해야하는 넘버여서 연기력이 없으면 이상해지는 넘버.

연기 노래 다 탄탄한 전동석 배우님이 어떻게 표현할지 엄청 기대를 했다.

 

드라큘라 때도 그랬지만 전동석 배우님은 목소리를 확 바꿔서 내는 걸 너무 잘해서

컨프롱 진짜 잘 소화해버리는데 짜릿할 정도였다...ㅠㅠㅠㅠ

 

지킬앤하이드 지킬,하이드 역의 전동석 배우님

 

드큘에서 나이가 든 드큘백작님 때 냈던 저음의 목소리로 하이드를 내는데

와핳! 짜릿 그 자체!

 

이 좁은 땅덩어리에 이렇게 노래도 잘하고 연기도 잘하는 사람이 이러케나 많아!!!

갑작스런 국뽕이 차오르고

그렇게 다 죽고 죽고 죽고 죽는 캐스팅보드가 걍 영정사진인 이 극에서 주인공마저 영정당하고 극이 끝나는데

 

커튼콜 때 지킬이 양쪽으로 어깨동무하듯이 루시 엠마를 끌어안는 게 뭔가 묘한 느낌이었다.

뭐랄까...

남의 불륜을 엿보는 느낌이랄까....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극이 전부 끝나고 홀가분 하면서도 불안감이 새로이 샘솟았는데

포스팅을 읽었다면 누구나 다 예상했듯이 차 때문이었다.

 

워허...떨리는 마음으로 차에 한발짝 한발짝 다가가는데

와....내가 아까 차 댈 때는 적어도 통행할 길이라는 게 존재는 했었단 말임.

못 움직여서 그렇지.

 

근데 나오니까 통행할 길도 없이 그냥 도로 전체가 주차장이 되어버렸음.

 

정신이 없어서 사진을 못 찍은 게 아쉬웠...

 

하여튼, 그렇게 차로 다가가서 요리보고 조리보고 차에 아무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서야 행복에 겨워할 수 있었는데

와 내가 기상천외하게 차를 가로로 짱박아두지 않았더라면 집에 가는 데 또 몇시간 걸릴 뻔 했었다.

어떻게 비집고 나와서 집으로 가는데 눈물이 날 뻔 했다.

 

다시는.

다시는.

송가인님 콘서트가 있는 곳 근처로는 차를 끌고가지 않으리.


총평 : 믿고 보는 전동석, 엄청난 완벽 발성의 해나의 콜라보레이션은 환상 그 자체였다.

그리고...

나도 지앤하 못사 탈출했다아아아ㅏㅏㅏ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