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텀싱어를 덕질까지는 아니고 방송 챙겨보는 사람이었는데
시즌2에서 가장 응원했던 팀이 바로 포레스텔라였다.
조민규의 탄탄한 기획력과 다양한 매력을 가진 보컬들의 만남이 무척이나 매력적이었기 때문!
그러다가 팬텀싱어 올스타전에서 에드시런의 Shape of you를 포레스텔라가 편곡한 무대를 보고
내가 아니라 우리 엄마가 마마시타에 꽂혀서!
언젠가는 포레스텔라의 콘서트를 보고야 말리라! 하시기에
이번 콘서트 예매를 해버린 것이다 ㅋㅋㅋㅋㅋ
아니 근데 솔직히 이렇게 티켓팅 빡셀 줄 몰랐다구요 ㅠㅠ
팬은 아니니까? 선예매 때 팬클럽 인증 이런 건 생각도 못하고 있었고
일반 예매 때 딱 들어갔는데
이선좌도 아니고 아니 다 하얀색인데요 ㅠㅠㅠㅠㅠ
아무튼 겨우 연석 두 자리를 잡았는데
2층 뒷뒷뒷자리였다.
아 엄마가 실망할텐데....
하고 엄마 뒷자린데 볼래요?! 했더니
노래라도 듣고 오면 되지~ 하시길래 ㅇㅋ 하고 취소 안 하고 잘 가지고 있다가
마침내 찾아온 2022.07.16 토요일.. D-Day!!
콘서트라고는 맨날 일본 가서 히라하라 아야카나 미즈키 나나 같은 일본 가수 콘서트나 보고 온 게 다고
국내에서는 뮤지컬만 주구장창(?) 챙겨 보다가
켈틱우먼 내한 콘서트 보러 갔다 온 게 다였는데.....
오랜만에 제대로 된(?) 콘서트를 보러 왔더니 뭔가 감회가 새롭기도 하고
옛날에 일본 가서 공연 봤던 기억이 새록새록 샘솟았다.
켈틱우먼 때는 대단한 팬덤이 있는 게 아니어서 그냥 뮤지컬 보는 기분이었던지라
다같이 똑같은 티셔츠에 똑같은 초록색 가방을 들고 있는 모양새가
너무 정겨웠던(?) 것이었다 ㅋㅋㅋㅋㅋㅋ
켈틱우먼 내한공연 얘기를 계속해서 좀 그렇긴 하지만
이 때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했었는데...
켈틱우먼이 나오기 앞서 Voice of Angels 였나? 하는 남성 중창 그룹이 오프닝을 열었다가
음향 캬하~~~ 지글지글을 넘어 처참한 음향을 느끼고 멘탈이 나갔던 적이 있어서
이번 공연도 조금 걱정이 되었었는데....
다행히도(?)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그정도의 처참한 음향은 아니었다 ㅠㅠㅠ
약간 지글지글 하는 게 거슬리긴 했지만....
뭐 켈틱우먼 내한공연은 음향도 음향이지만
내한 오기 직전에 머레이드 네스빗이 탈퇴하면서 여러모로...하....힘들었...지...ㅠㅠ
엄마는 고우림, 나는 배두훈 목소리를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이번 공연에서 진가를 본 건 조민규가 아닐까 싶었다.
어떤 가수든 첫 곡부터 모든 음을 완벽하게 낼 수는 없다.
목을 열심히 풀었어도 처음 무대에 섰을 때의 긴장감이라든지
공연장의 온도 습도 등등
리허설 무대와 관객이 들어선 무대는 또 다르기 때문에
아무튼 노련한 가수들에게도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아주 약간씩 다른 멤버들이 음이 흔들릴 때
그 중심을 조민규가 꽉 붙들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높고 여리지만 단단한 소리로 수많은 음 사이에 굳건하게 서있는 소리를 들으면서
와 조민규 저 사람 대단하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달까?
지진 속에서 무너지지 않게 버텨주는 아주 내진설계가 잘 된 튼튼한 기둥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ㅋㅋ
아무튼,
나는 오만 것들을 덕질하지만
한국가수들은 단 한번도 덕질을 해본 적이 없어서
노래방에서 즐겨부르는 18번도 어릴 때 보던 만화 ost라
잘 몰라서 못 즐길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모든 콘서트를 덕질용으로 갔던지라 모든 세트리스트의 곡들을 가사까지 다 외우고 갔었던..)
생각보다 너무 잘 즐겼다
ㅋ
ㅋㅋ
ㅋㅋㅋ
ㅎ
처음 시작하기 전에 막 무슨 영상들이 화려하게 나왔는데
그게 이번 앨범부터 시작되는 포레스텔라 세계관의 설명이었던 모양이다.
솔직히 나는 좀 오그라들었어...ㅋㅋㅋ
마치 엑소의 초능력을 설명하는 기분이었달지 ㅋㅋㅋㅋ
뭐 쨌든,
강형호 - 불
고우림 - 대지
조민규 - 바람
배두훈 - 물
이렇게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설 어쩌구 해가지고 각자 맡은 원소가 있고
세계수를 지키는 수호신 같은 느낌으로다가 나왔는데
영상에 공을 엄청 들인 것 같았다.
그리고 나온 첫 곡이
너무너무 칸노요코스러워서 뭐야? 웬 칸노요코 스타일이야?
세계관 영상도 칸노요코 스타일 곡이 잘 어울리는 것처럼 만들어놔서 내가 착각하는건가?
...했는데
진짜 칸노요코 곡이었다고 한다.
하... 내 덕질경력 어디 안 가고 잘 있었네.
노래에서 칸노 요코 냄새를 맡았네 ㅋㅋㅋㅋㅋ
세상에 공각기동대 ost - Inner Universe 였단 말이지...?
(공각기동대 안 봄)
팬텀싱어에서 선보였던 곡이라고 하는데
이때 내가 방송을 챙겨봤는지 안 봤는지가 좀 가물가물 하다.
그 다음으로 이어서 나온 곡이 바로
The Voice
엥?
여기서 켈틱우먼이 나온다고?
ㅋㅋㅋㅋㅋ
아 이렇게 1,2번 곡을 반가운 느낌 나게 시작한다고? ㅋㅋㅋㅋㅋ
근데 개인적으로는 The voice는 켈틱우먼 버전이 좀더 좋았다 ㅎㅎ
왜냐면 난 여기에 너무 익숙해서
바이올린 소리 나는데 머레이드 네스빗이 안 나오고
박력있는 북이 나오는데 레이 핀 아저씨의 뒷모습이 안 나오니까 이상했거든ㅋㅋㅋㅋ
아무튼 많은 곡들이 차례차례 지나오면서
Green Leaves도 나오고 이 곡 저 곡 아는 곡 모르는 곡들이 나오는데
1부에서 제일 좋았던 곡은 대부 ost - Parla Piu Piano였다.
남자 보컬들의 음압으로 짓눌러버리는 이 감각이
너무 좋아.........ㅎ
1부 mc 중간중간에 뭐 드립도 치고 장난도 치고 하다가
여기가 전주라 환호성도 남다르다면서 명창분들이 앉아계시는 것 같다라고 했는데
제 옆에 앉아계신 분이 전라북도 판소리 무형문화재 선생님이십니다만...
고우림 마마시타를 보기 위해 티켓팅을 요청하신 저희 어머님이 문화재...이십니다만...
아무튼,
판소리 어쩌구 하면서 인터미션 때 연습해서 불러보겠다고 하길래
어디 한 번 보자아~~ 하고 기대했단 말이죠.
앞에서 고우림 강형호가 판소리 발성 흉내낼 때는
그냥 웃어넘겼는데
배두훈 판소리 발성은 오 꽤...? 느낌 살려서 잘하시더라구요.
아무튼 깜짝 놀랐음 ㅇㅇ
글구 첫 MC 때였나 전날이 배두훈님 생일이었지만 이벤트 없으니 기대하지 말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예에... 내 손에 들려있는 배두훈 생일 축하해 슬로건이....ㅋㅋㅋㅋㅋ
공연장 들어가는데 슬로건을 하나씩 들려줬단 말이에요ㅋㅋㅋ
마스크 없었으면 다같이 흐흐 하면서 음모 섞인 표정을 짓는 걸 다 들키고 말았을 거야...
그렇게 인터미션도 지나 2부!
1부 때 잔잔한 곡, 세계관 설명을 위한 빌드업이 진행되었다면
2부는 신나는 곡으로 구성되었는데,
개인 솔로곡이 지나고
그렇게 엄마가 고대하고 고대하고 고대하던
shape of you부터 라젠카, 보헤미안 랩소디, 챔피언스까지
포레스텔라 잘 모르는 머글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곡들의 향연이 휘몰아친다아ㅏㅏ....!!!
후우후우....
근데 실은 제일 기억에 남는 곡은 따로 있었어....
분명히 이 곡은 샤키라의 월드컵 응원가인데
왜 조민규가 부르니 교주가 되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하여튼 되게 재밌었다.
솔직히 성악 기반 크로스오버 그룹의 콘서트이니
보통 가수들이나 아이돌 콘서트처럼 신날까 싶었는데
나름 굉장히 신났어...
시체관극으로 유명한 뮤지컬을 계속 봐왔어서
극장에서 경직된 자세로 있는 것에 익숙해져서 그런지
뮤지컬 공연장과 같은 곳에서
뛰고 소리지르고 마음껏 움직이면서 있는게 뭔가 낯설기도 하고 새롭기도 하고? ㅎㅎ
떼창도 되고 환호성을 질러도 되고
아...진짜 재밌었다.
배두훈님 생일이 바로 전날이어서
앵콜 첫번째곡 끝내고 슬로건을 스멀스멀 들고있으니까
강형호님인가? 슬로건 발견해서 읽어주고ㅋㅋㅋ
그때부터 한명두명 생일축하합니다~ 부르고 있으니까
밴드가 생일축하송 반주해줘서 또 부르고
생일 케이크가 신줏단지마냥 조심스레 나와서는
그거 안고 기념 사진 찍고 있는데
또 멤버들이 남긴 영상메시지가 서프라이즈로 나와서 같이 보고
재밌고 새로웠어....ㅎㅎ
그리고 신기했던 건 응원봉!
어느 콘서트든 응원봉을 사가지고 가는 게
제대로 콘서트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는 건 그간의 콘서트 경력(?)으로 익히 알고 있어서
꽤 큰....비용이었지만 아무튼 응원봉을 사들고 들어가길 너무 잘했다구 ㅠㅠ
요즘엔 기술이 발달해가지구
막 내가 색깔 바꿀 필요 없이 알아서 켜지고 색 바뀌고 신기방기했다.
라떼는 말이야
일본에서 콘서트를 가도 알아서 색을 바꾸거나 한가지 색깔만 흔들고 있었다구
(아직 이십대인데 늙었어 이런 것도 모르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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