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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미씽 : 사라진 여자, 젠더문제를 다루다

by K.Zeff 2016. 12. 11.

오늘 드디어 보고싶었던 엄지원, 공효진 주연의 미씽:사라진 여자를 보고 왔다.

엄지원과 공효진이 시사회장을 비롯해 영화 미씽을 홍보하는 자리에서 페미니즘 발언을 한 것도 이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지만, 

트위터 등지에서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호평을 받고 있었던 것도 내가 이 영화에 큰 기대를 갖게했다.

확실히 영화를 보는 내내 엄지원과 공효진의 흠잡을 곳 없는 연기에 감탄을 하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공효진의 중국어 연기는 감탄 그 자체였달까?


<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영화 곳곳에서는 젠더문제에 무던한 사람이라면 아마 은연 중에 그냥 넘어갔을만한 장면에서 성차별을 계획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건 경찰과 변호사의 대화에서 은연 중에 드러나는 무시. 

겉으로 대놓고 무시하는 것 외에도 호칭부터 표정, 말투 등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섬세하게 여성이라면 한번 이상 겪었을 법한 차별이 드러났다. 

그 외에도 웰컴투 시월드는 두 여주인공 모두가 겪는 문제였기도 했고. 

남성이 여성을 차별하는 것 뿐만아니라 여성이 같은 여성을 "인간"으로 봐주지 않는 것, 그리고 사회가 여성에게 가하는 차별까지 거의 모든 여성비하와 차별이 나타났던 것 같다.

공효진이 맡은 한매라는 캐릭터는 우리나라에서 여성이 겪는 문제에 국제결혼을 한 외국인 여성이 겪는 문제까지 더해졌다.



이 영화는 기존의 스릴러와는 달리 여성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풀어나가고 있고, 남성은 약간의 조력자이거나 방해꾼으로 다루고 있다. 

그동안 스릴러 장르에서 여성은 울기만 하는 존재, 귀찮은 존재로 그려졌던 것과는 반대여서 새로웠다. 

그리고 그동안의 스릴러가 피해자의 입장에서 범인을 찾아내서 사건을 해결하거나 혹은 미제로 끝나 여운을 남겼다면 

미씽은 그야말로 가해자가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세세히 설명하며 관객들이 범인에게 감정을 이입하도록 유도한다. 

그야말로 신선함 그 자체였다. 

다만 한매 캐릭터의 이야기를 상세히 다루느라 사건의 전반적인 개연성은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다만 몇가지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첫번째로는 방금 언급했던 극의 개연성이다. 

초반에는 꼼꼼하게 극이 전개가 되다가 특히 마지막에 아무런 설명없이 한매가 있는 장소를 알아내버린게 아쉬웠다. 

한매가 납치를 할 수밖에 없는 개연성은 꼼꼼하게 처리가 되었지만 

사건해결의 전반적인 모습은 축약된 모양새여서 2% 아쉽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두번째 아쉬운 점이라면, 공효진과 엄지원 외에 이 극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사람 중에 여성이 없다는 점이었다. 

공효진과 엄지원 외에 등장하는 여성은 

아이문제로 지선을 괴롭히는 시어머니

모자란 아들을 위해 중국에서 돈 주고 사온 며느리 한매를 애 낳는 기계 정도로 여기는 시어머니

멀리서 한매를 딱하게 여기는 외국인 여성

성매매 업소의 여주인과 매춘부들 등등

낮고 더럽고 추악한 곳에서 생활하는 여성을 보여주려는 의도였을지는 모르겠지만, 페미니즘으로 이슈가 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여성이 주인공 외에는 한명도 없다는 게 아쉬운 점으로 남는다. 



그래도 워맨스나 여성들의 케미가 최근 미디어시장에서 핫이슈로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미씽이 영화계에 전반적으로 퍼져있는 "여자가 주인공인 영화는 흥행하지 못한다"라는 인식을 깨는 시발점이 되었으면 좋겠다. 

정말로 남자들이 피터지게 싸우고 죽이는 폭력물이나 브로맨스에는 이제 이골이 나니까.

이제 우리도 좀 신선한 영화를 보여줘. 간지나는 캐릭터에 여성을 대입해도 틸다 스윈튼처럼 멋질 수 있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