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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잔예(残穢) - 살아서는 안되는 방, 기묘한 "소리"의 수수께끼를 좇다

by K.Zeff 2016. 7. 8.


저더러 가장 좋아하는 일본 배우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저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다케우치 유코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평소 공포영화 보는 걸 싫어하는 제가

공포영화인 잔예 - 살아서는 안되는 방(残穢(ざんえ) -住んではいけない部屋-)을 본 이유도

오로지 다케우치 유코가 나오기 때문이었는데요.



영화를 보기 앞서 일본사이트에서 잔예를 검색해봤습니다...만...

평점이 3.35.................뭐, 5점 만점이니 10점만점으로 환산하면 대략 7점 정도 되려나요?

여기서부터 기대감을 살포시 내려놓았습니다.


일단 잔예라는 영화의 이름.

보통 殘이라는 한자는 잔혹하다, 잔인하다의 잔이지만 

여기서는 일본어로 남다라는 뜻을 가진 残す의 残으로 쓰인 모양입니다.

穢도 일본어로 더럽다는 뜻을 가진 穢い(きたない는 보통 汚い 요렇게 쓰긴 하지만..)에서 착안한 것 같구요.

본래 있던 말은 아니고 원작자가 만들어낸 말인 것 같긴 한데...

아무튼 제목의 뜻부터 살펴보자면 "더러움이 남다" 네, 이 뜻입니다.



영화 본편에도 등장하긴 하지만, 예고편을 보면 좀 더 명확한 뜻을 알 수 있는데요.

원한이나 저주가 터에 남아 시간이 흘러도 불행한 사건이 계속해서 벌어지는 현상을 잔예라고 정의하고 있네요.


본격적으로 영화로 들어가볼까요?

스포가 있으니 주의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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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제보를 보내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독특한 괴담을 하나 들려주며 시작합니다.



다케우치 유코는 영화에서 괴담소설가인 "나" 역을 맡았습니다.

실화를 제보를 받아 약간의 각색을 거쳐 소설을 쓰는 "나"에게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제보가 들어오는데요.



제보를 보낸 건 쿠보(하시모토 아이)라는 여자였고,

내용은 방에서 다다미를 쓸어내는 소리 같은 이상한 소리가 난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쿠보가 지내는 멘션에서 비슷한 내용의 제보가 자신에게 들어왔다는 걸 기억해내는데요.



쿠보가 사는 202호가 아닌

405호에 사는 주부가 "나"에게 보낸 제보였습니다.


딸이 자꾸 이상한 곳을 보며


ブランコ(그네)


라는 말을 하고

인형의 목을 매달아 논다는 것이었죠.

브랑코라는 단어가 그네라는 뜻으로 자주 사용되긴 하지만

목 매달아 놓은 모양을 보고도 브랑코라고 말하기도 하죠.

(솔직히 브랑코라는 말을 듣자마자 산호라 메르헨 앨범의 브랑코가 떠오르더군요 ㅋㅋㅋ)


쿠보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 "나"는 쿠보를 통해 이것저것 조사해보게 한 후,

마침내 쿠보와 만나 함께 기묘한 '소리'의 미스테리를 풀어나가기 시작합니다.



한편, 쿠보의 옆집에 새로 이사온 집에서도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데요.

공중전화로 지금 몇시냐, 지금 혼자 있냐, 소화기는 가지고 있냐는 식의 장난전화가 계속 걸려오는 것이었습니다.

옆집 여자로부터 이 이야기를 들은 쿠보와 쿠보에게 전해들은 "나"는

멘션 전체에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렇게 멘션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조사하던 중

쿠보가 살고있는 멘션에서는 자살 등의 사건이 일어나진 않았지만

쿠보 이전에 202호에서 살던 남자가 아기 소리에 시달리다 결국 자살했다는 걸 알게 된

두사람은 과거로, 과거로 집중하며 기묘한 '소리'의 실마리가 풀어나가기 시작합니다.


멘션이 세워지기 전 공터, 주차장이었던 곳은

그 이전에 4개의 집이 있었는데요.

다른 곳은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유독 집을 쓰레기로 꽉꽉 채운 할아버지가 살다가 병사하기도 하고,

고양이가 산다며 마루에 바짝 엎드린채 하루종일 시간을 보내는 할머니가 살기도 했다는 이야기를 알게 됩니다.


그 할아버지는 왜 틈이 싫다며 쓰레기로 집안을 가득 채우고 지냈을까요?

할머니는 왜 있지도 않은 고양이 때문에 바닥에 붙어지냈을까요?


이런 의문을 가지고 "나"와 쿠보는 그 땅의 과거에 대해 좀더 깊이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나"를 돕던 편집장과 이야기를 하던 중

"나"처럼 괴담 소설을 쓰는 히로오카가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라며

괴담을 모으는 사람들 사이에는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들이 있고

그 이야기들을 조사하면 근원이 같은 경우가 있다며

그런 이야기들은 소위 위험한 이야기라고 불릴 정도로 업이 깊다는 경고를 하면서도

개인적인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선지 "나"와 쿠보를 돕습니다.


그렇게 쿠보 방에서 나는 소리의 근원을 찾기 위해 모인 무리들은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기 전, 

그 땅에는 불태워라, 죽여라 라는 소리가 들린다며 

방화를 시도하고 가족을 살해한 청년이 방에 감금되었다가

방 안에 있는 변소구멍으로 탈출해 이상한 소리를 내며 마룻바닥을 기어다녔다는 이야기와


또 그 전에 아이들이 땅에서 솟아오르는 형상을 보고

아이 울음소리에 시달리던 여성이 딸이 결혼하던 날 목을 매달고 죽으며

기모노의 오비자락이 다다미의 바닥에 쓸렸다는 이야기를 알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땅에서 솟아오르는 듯한 모양을 목격했다는 터가

한때 맨션 터에서 살던 여인이 다른 곳에서 불태워라, 죽여라 라는 소리를 듣고

자신의 아이를 죽인 여인이 지내던 곳이라는 것도 알게 되는데요.


딸이 결혼하던 날 죽은 여인이 듣던 아기 울음소리는

아이를 죽인 여성이 자신의 아기를 죽이고 집 바닥에 묻었기 때문에 생긴 것이었던 거죠.


이렇게 쿠보의 집에서 들리는 소리가 뭔지, 왜 생긴건지 알게된 이들이지만

이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좀더 조사하기로 합니다.



온갖 비슷한 괴담들을 모으던 중 "나"는

이전에 자신에게 왔던 제보가 이 사건에 포함된다는 걸 깨닫는데요.

그 제보란 바로 영화 제일 처음에 등장했던 제보...!


갓파의 미라가 있다는 먼 친척집에서 지내던 제보자가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절대 들어가선 안되는 방문을 열어보았고,

그 방안에서 이상한 물체를 보고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되었다는 내용이었죠.


결국 비슷한 괴담들이 하나의 근원, 

즉 첫번째 제보에서 나온 갓파의 미라가 있던 친척집에서 시작되었다는 것까지 밝혀낸 이들은

그 근원이 되는 집을 찾아가기로 합니다.


그곳은 탄광에 불이 나자 더 큰 피해가 일어나는 걸 막기 위해 입구를 막아

안에 있던 인부들이 다 타죽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후 자신의 가족들과 집에서 일하는 사람들까지 모두 죽이고 자기마저 죽인 사람이 살던 집이었습니다.

이 집의 이야기는 말해서도 안되고 들어서도 안되는 이야기였죠.


이 사건 이후 이 집에 살면서 기이한 물건을 모으던 사람이 자살하기도 했는데요.

알고보니 그 사람이 이상한 게 아니라 집에서 자꾸 이상한 걸 보고 듣자 별별 방법을 쓰다 못해

악령으로 악령을 누르려고 기이한 물건을 모았던 것이었습니다.


이런 방법들도 전혀 통하지 않을 정도로 원귀의 힘이 강력하단 걸 느낀 쿠보는

여기서 조사를 멈추고 그냥 평범한 생활로 돌아가기로 결심합니다.

그렇게 다들 생활을 이어가는가 싶었지만....


쿠보는 새로 이사간 집에서도 오비자락이 쓸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고

"나"에게는 장난전화가 걸려오고

괴담을 편집하던 남자는 원령에게 공격을 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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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내용은 이 말로 정리가 가능할 듯 합니다.


욕심이 원혼을 낳고

원혼이 원한을 낳고

원한이 저주로 남다


전체적으로 깜짝깜짝 놀래키는 건 전혀 없이

스멀스멀 기분나쁘게 만드는 식의 공포영화였습니다.

컨저링처럼 확 무섭게 하는 건 전혀 없고, 그다지 무섭지도 않아서

공포영화 잘 못 보시는 분들도 그냥저냥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애초에 공포물이라고는 하지만

미스터리를 좇는 스타일의 영화이다보니

소재가 공포괴담인 미스터리 영화라고 생각하시면 편할 것 같아요.


스토리텔링은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괴담의 내용이 좀 뻔했다는 것과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너무 얕다는 게 아쉬움으로 남네요.


아니 애초에 공포영화 못 본다는 다케우치 유코는 왜 공포영화에 출연하는 건가...ㅇㅅ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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