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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원작과는 많이 달라 아쉬웠던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

by K.Zeff 2017. 12. 26.

의도치 않은 스포일러가 있을 수도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캐릭터들의 변화


요즘 가장 크게 티켓을 휩쓸고 있는 영화인 신과 함께-죄와 벌-을 보고 왔다. 원작의 김자홍과는 달리 영화에서의 김자홍은 누구에게나 존경받을만한 직업인 소방관이었다. 솔직히 영화를 보기 전부터 김자홍이 소방관이면 지옥 통과하는데 크게 어려울 일이 뭐가 있나 싶었는데, 사람을 구하고 선한 인품을 지닌 김자홍도 해당 지옥에 걸맞는(?) 숨겨진 죄들이 조금씩 드러나 예상보다는 어렵게 지옥을 통과했다. 



묵직하게만 느껴지는 포스터와는 다르게 배우 하정우가 맡은 강림도령은 묵직하고 진중하지만 은근히 츤츤대는 경향이 조금은 보였고, 주지훈이 맡은 해원맥은 조용하고 무겁고 진중한 원작의 이미지를 탈피, 가볍고 능글맞은 캐릭터가 되었다. 그에 반해 김향기가 맡은 이덕춘은 신과 함께 영화판에서 원작과 가장 비슷한 싱크로율을 보인다. 


사라진 메인 주인공 진기한 변호사



원작을 재미있게 읽었던지라 계속해서 원작과의 비교가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애초에 원작과 달라 아쉽다고 제목을 달기도 했고), 원작에서 김자홍과 함께, 아니 김자홍보다도 더 주인공 같았던 김자홍의 변호인 진기한이 삭제되고, 김자홍을 변호하는 역할은 3차사들이 담당한다. 영화라는 시간의 한계를 가지고 있는 매체에서 원작 웹툰의 내용을 전부 다루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김자홍과 진기한의 변호 이야기"와 동시에 진행되는 "3차사의 원귀 이야기"를 3차사가 모두 담당하는 것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닌데다가, 심지어 영화 내에서 두가지 이야기를 아주 자연스럽게 버무려냈다. 하지만, 웹툰에서 한국적 색채가 가장 진하게 묻어나오는 에피소드에는 항상 진기한이라는 캐릭터가 존재했기 때문에, 만약 진기한의 변호 과정이 영화에 담겼다면 좀더 한국 판타지스럽고 재미있는 전개가 이루어지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진기한의 명언들도 들을 수 있었을테고 말이다.

진기한이 사라지면서 재판 파트보다 원귀 잡는 파트가 더 강조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과연 한국적 색채가 드러난 영화일까?


신과 함께라는 영화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원작에서 잘 드러났던 한국적 색채가 많이 사라졌다는 점이었다. 영화 신과 함께 -죄와 벌-에서는 지옥이 등장하던 순간만 잠깐 한국적 색채가 묻어났는데, 그마저도 이게 한국적인 건지 괴기스러운 건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원작 웹툰의 매력은 지옥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밝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살린 신식 도구를 채용하면서도 한국적이고 무속적인 색채를 진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한국 신화를 다룬 매체가 별로 없다는 것 또한 웹툰의 매력을 극대화 하는데 일조했지만. 



본래 진기한이 김자홍을 변호하며 여러 지옥을 거치면서 우리나라의 신화와 전설들을 차용하는 부분이 진기한을 삭제하면서 통째로 사라졌다.



3차사들의 전투복이 무속적 장군복(?)에서 일반 양복으로 바뀌었다.



등장인물들의 복색이나 지옥에 등장하는 건물들이 국적을 알 수 없는 판타지가 되었다. (우리나라보다는 중국적 느낌이 더 나는 건 기분탓일까)


배우들의 호연과 캐스팅


원작과 비교했을 때 만족할만한 퀄리티의 리메이크작이 나오는 게 얼마나될까. 첫인상은 좋은 기억과 함께 익숙함을 남기기 때문에 리메이크나 더빙의 경우 원작을 본 사람들에게 만족감을 주기는 쉽지가 않다. 나에게 신과 함께 -죄와 벌- 역시 마찬가지로 아쉬움이 진하게 남은 작품이다. 하지만, 지옥 대왕들로 깜짝 등장하는 배우들을 보는 재미와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호연 역시 임팩트가 컸다. 



특히 염라대왕 역의 이정재는 창극을 보는 것 같은 발성으로 대왕의 위엄을 느끼게 했고, 도경수는 아이돌이라는 걸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수홍 역의 김동욱이나 오달수, 임원희 등 판관 역을 맡은 배우들의 연기는 역시 믿고 볼 수 있었다. 다만, 초반에 주연 배우들의 목소리 톤이 어우러지지 못하고 살짝 뜬 듯하게 들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연배우들의 연기도 점차 녹아들어 감동을 자아내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차태현의 연기는 많이 아쉬웠다.


또다시 신파극?


원작이 인간 김자홍의 저승 재판을 통해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를 돌아보게 만드는 것에 좀더 무게를 두었다면, 영화는 효심에 좀더 큰 비중을 둔 듯하다. 가족, 특히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으로 영화는 관객들을 자꾸 울리기 위해 수많은 장치들과 클리셰를 보여주고 있다. 초반부터 울릴 밑밥을 깔고 있는데 마치 이래도 안 울어? 이래도 정말 안 울거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달까. 본래 이렇게 울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지라 이런 시도들이 자꾸 거슬리게 느껴졌는데도 결국은 눈물이 났다. 다른 관객들도 훌쩍거리는 걸 넘어서 아예 흐윽흐윽 하며 오열을 하고 있었다. 왜 우리나라 영화는 폭력영화 아니면 신파극으로 바뀌는건지...... 굳이 이렇게 하지 않아도 김자홍과 관객이 이미 거쳐온 지옥들을 통해서 우리가 몇천, 몇억번이고 지옥에 들어갈만한 죄를 지으며 살아가고 있구나 하며 자신을 되돌아 볼 기회를 주지 않았나.


후속작 신과 함께-인과 연-과 드라마


이제 2018년에 개봉할 이승편을 다룬 후속작 "신과 함께-인과 연-"과 드라마판이 남았다. 죄와 벌에서 쿠키영상으로 잠깐 등장한 성주신 마동석이 후속작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는데, 부디 후속작에서는 좀더 업그레이드 된 CG와 더불어 한국적 색채가 가미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